적자 20개월, 반토막 16개월 — 공개된 부트스트랩 매출 기록 두 개

이 글을 쓴 이유

  • 대부분의 성공 사례는 숫자가 없거나 추정치다. 이 두 회사는 창업자가 매달 MRR을 직접 공개했다. 검증 가능한 기록이라는 점이 이 사례의 가치다.
  • Kit은 16개월 동안 정체하다 오히려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 그 바닥에서 무엇을 바꿨는지가 이 글의 핵심이다.
  • 둘 다 투자를 받지 않았다. 대신 창업자가 개인 돈 5만 달러 이상을 태우면서 버텼다. 부트스트랩은 무자본이 아니다.

1인 또는 소수로 시작한 사업의 기록은 대부분 믿기 어렵다. 매출은 자기 신고이고, 지표 정의가 계속 바뀌고, 잘될 때만 공개된다. 그래서 이 글은 창업자가 실패 구간까지 포함해 매달 숫자를 공개한 두 회사만 다룬다.

사례 1. Plausible Analytics — $64에서 $83,637까지

에스토니아·크로아티아 기반의 웹 분석 도구다. 창업자 Uku Täht가 혼자 시작했고, 2020년 3월에 마케터 Marko Saric이 합류해 2인이 됐다. VC 자금 0원, 유료 광고 0원.

공개된 MRR 추이

시점 MRR 메모
2019.5 $64 유료 시작
2019.9 $178 MIT 라이선스로 오픈소스화
2020.3 $433 Marko 합류 (2인)
2020.5 $1,055
2020.9 $5,035
2021.1 $11,303 흑자 전환
2021.10 $42,624 연 매출 $500k 돌파
2022.6.2 $83,637 연 매출 $1M 돌파

출처: Plausible 공식 블로그(회사가 직접 공개한 1차 자료). 2022년 6월 이후로는 회사가 매출 공개를 중단했습니다. 검색에 나오는 이후 수치는 제3자 추정치입니다.

2019.5$64
2020.3$433
2020.9$5,035
2021.1$11,303
2021.10$42,624
2022.6$83,637

흑자 전환까지 무엇으로 버텼나

2019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약 20개월이 적자 구간이었다. 외부 투자가 없었으니 버틴 것은 창업자 개인 저축이고, 그 기간에 5만 달러 이상을 소진했다. 이 숫자를 같이 봐야 부트스트랩의 실체가 보인다. 자본이 필요 없는 게 아니라, 남의 돈이 아니라 내 돈을 쓰는 것이다.

결정적 결정 두 개

① 라이선스를 MIT에서 AGPL로 바꿨다 (2020년 10월).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신뢰와 유입이 생기지만, 대기업이 코드를 가져가 상업화할 위험이 함께 생긴다. AGPL은 그 코드를 쓴 서비스도 소스를 공개하게 만드는 라이선스다. 즉 오픈소스의 이점은 가지고 경쟁 위험은 줄이는 방어적 선택이었다.

② 규제를 마케팅 자산으로 바꿨다. “쿠키 배너가 필요 없다 / EU에 호스팅한다”는 포지셔닝으로 GDPR을 부담이 아니라 구매 이유로 만들었다. 이 덕에 유료 광고를 한 번도 집행하지 않았다.

“We’ve never paid to advertise for Plausible.”Plausible 공식 블로그

위기 구간

시점 문제 대응
2020.6 트래픽 증가로 데이터베이스 병목 PostgreSQL → ClickHouse 마이그레이션
2021.3 고객 지원 부하 급증 채용 대신 문서화와 자동화로 해결

두 번째가 부트스트랩의 전형적인 선택이다. 사람을 뽑으면 고정비가 생기고, 고정비가 생기면 다시 적자 구간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먼저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구조 자체를 없앴다.

사례 2. Kit(ConvertKit) — 16개월 정체, 그리고 반토막

미국의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다. 창업자 Nathan Barry가 2013년에 혼자 시작했고, 본인 블로그에 MRR을 공개해왔다.

공개된 MRR 추이 — 성장 곡선이 아니다

시점 MRR 메모
2013.7.1 $2,480 6개월 챌린지 목표 미달
2014.10 $1,207 최저점 — 16개월 만에 반토막
2014.11 $2,100 타깃 재정의 직후
2014.12 $3,237
2015.1.15 $4,067 개인 자금 $50,000 추가 투입
2015.3 $5,020 목표 달성
2013.7$2,480
2014.10$1,207
2014.12$3,237
2015.3$5,020

이 표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하다. 16개월 동안 성장은커녕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대부분의 사업이 이 구간에서 접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공 사례 기사는 이 구간을 지우고 쓴다.

바닥에서 바꾼 것 두 개

① 타깃을 다시 정의했다. “초보자용 이메일 마케팅”에서 “전문 블로거를 위한 이메일 마케팅”으로 바꿨다. 제품이 아니라 대상을 좁힌 것이다.

“If your market definition has the word ‘anyone’ in it, you’ll probably fail.”Nathan Barry, Kit 창업자

이 문장은 실무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말은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고,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 모르면 광고 문구도 영업 대상도 정할 수 없다.

② 스케일하지 않는 직접 영업을 했다.

  • LeanPub과 Udemy의 상위 판매자에게 개인 이메일을 직접 보냈다. 자동 발송이 아니라 한 통씩이다.
  • 경쟁 서비스를 쓰는 고객에게 무료 이전을 대행해줬다. 이메일 마케팅 도구는 이전 비용 때문에 안 바꾸는데, 그 장벽을 직접 제거했다.
  • Trello로 영업 파이프라인을 관리했다. CRM이 아니라 칸반 보드다.

투입한 자금

$5,000초기 투입
$50,0002015.1.1 추가 투입
약 $55,000총 개인 자금
16개월정체·하락 구간

최저점 직후에 개인 돈 5만 달러를 더 넣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바닥에서 자금을 더 넣을 판단바닥에서 접을 판단은 겉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차이는 그 시점에 바꿀 가설이 남아 있었는지다. Kit은 타깃 재정의라는 미검증 가설이 남아 있었고, 그걸 시험하려고 자금을 넣었다.

이후 규모 — 추정치다

Sacra 추정으로 2022년 $33.5M ARR, 2023년 $38M, 2024년 $43M ARR(전년 대비 +14%), 2024년 NDR 99.5%. 모두 제3자 추정이며 회사가 공개한 수치가 아닙니다.

두 사례를 같은 표에 놓으면

Plausible Kit(ConvertKit)
시작 2019년, 1인 2013년, 1인
적자 구간 약 20개월 약 16개월 (정체 + 하락)
투입한 개인 자금 $50,000 이상 약 $55,000
외부 투자 없음 없음(초기)
돌파 수단 포지셔닝(프라이버시·규제) 타깃 재정의 + 직접 영업
고객 획득 오픈소스·콘텐츠, 광고 0원 개인 이메일, 이전 대행
확장기 선택 채용 대신 자동화 영업 인력 확대
수치 신뢰도 회사 공식 공개(2022.6까지) 창업자 본인 공개(2015까지)

한국 통계와 겹쳐 보면

두 사례의 적자 구간은 16~20개월이었다. 국내 통계와 비교하면 이 숫자가 이상하지 않다.

29.8개월1인 창조기업 손익분기 도달 평균
2억 6,640만원1인 창조기업 평균 매출
3,620만원평균 순이익
13.1개월창업 준비 기간 평균

출처: 중소벤처기업부 「2025년 1인 창조기업 실태조사」. 첫 매출까지는 평균 2.6개월, 손익분기까지는 평균 29.8개월이었습니다.

국내 1인 사업의 평균 손익분기 기간이 약 2년 6개월이다. Plausible과 Kit의 적자 구간보다 오히려 길다. 1년 만에 흑자가 안 나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라 평균이다. 문제는 그 기간을 버틸 자금이 있는지와, 그 기간에 바꿀 가설이 남아 있는지다.

여기서 배울 것

기술 —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
MRR과 런웨이를 매달 기록하는 기술. 두 창업자가 공통적으로 한 것은 매달 숫자를 적은 것이다. 적어두면 정체 구간이 몇 달째인지 보이고, 그러면 “조금만 더 버티자”와 “가설을 바꿔야 한다”를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타깃을 문장으로 쓸 수 있는 능력 — “누구나”가 들어가면 다시 써야 한다.
자세 —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스케일하지 않는 일을 직접 하는 자세. Nathan Barry는 상위 판매자에게 이메일을 한 통씩 보내고 고객의 데이터 이전을 직접 대행했다. 자동화할 수 없는 일이지만 초기에는 그게 가장 효율적이다. 반대로 고정비를 늘리기 전에 구조를 먼저 고치는 자세 — Plausible은 지원 부하를 채용이 아니라 문서화로 해결했다.
마인드 —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적자 구간이 비정상이 아니라고 믿는 것. 국내 평균이 29.8개월이다. 단, 이건 “버티면 된다”는 뜻이 아니다. 버티는 동안 바꿀 가설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Kit의 최저점 이후 반등은 시간이 해결한 게 아니라 타깃을 바꿔서 만든 것이다. 바꿀 가설이 없는 상태로 버티는 것은 버티는 게 아니라 소진이다.
성공 이유 — 정리하면
① 매달 숫자를 기록해 정체를 정체로 인식했다. ② 바닥에서 제품이 아니라 대상을 바꿨다. ③ 초기 고객을 자동화가 아니라 직접 노동으로 만들었다. ④ 부담(GDPR 규제)을 구매 이유로 전환했다. ⑤ 고정비를 늘려야 할 시점에 먼저 구조를 고쳤다. ⑥ 외부 투자 없이 자기 자금의 한계 안에서 실험 횟수를 관리했다.
주의할 것 — 이 사례의 한계
둘 다 소프트웨어 사업이다. 한계비용이 0에 가깝고, 고객이 전 세계이고, 재고와 물류가 없다. 오프라인 사업이나 제조·유통에는 같은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채용 대신 자동화”는 사람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업종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두 사례 모두 창업자가 개인 자금 5만 달러 이상을 잃을 수 있는 상태였다는 전제가 있다.
출처

  1. Plausible 공식 블로그 — 오픈소스 SaaS / 부트스트래핑 / MRR 성장 기록 (회사 공개 1차 자료): plausible.io/blog
  2. Nathan Barry 개인 블로그 — $5k, $30k 기록 (창업자 본인 공개): nathanbarry.com/5k/
  3. Kit 공식 핸드북 — Our Story (회사 자체 콘텐츠): kit.com/handbook/our-story
  4. Sacra — ConvertKit at $43M ARR (제3자 추정): sacra.com/research/convertkit-at-43m-arr/
  5. Indie Hackers — 커뮤니티 분석 자료
  6. 중소벤처기업부 — 2025년 1인 창조기업 실태조사: mss.go.kr

Plausible의 2022년 6월 이후 매출과 Kit의 2015년 이후 ARR은 회사가 공개하지 않았으며, 검색에 나오는 수치는 모두 제3자 추정입니다. 본문에 추정임을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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