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이라는 말이 가장 위험한 이유 — 듀레이션으로 본 채권

이 글의 요지

  • SGOV와 TLT는 둘 다 “미국 국채 ETF”인데, 금리가 1%p 오를 때 가격 반응이 약 150배 차이 난다. “안전자산”이라는 한 단어로 묶을 수 없다.
  • 2026년 7월부터 9월 사이 미국 기준금리는 동결이었는데 10년물 금리는 0.42%p 올랐다. “금리 인하 = 장기채 가격 상승”이 아니다.
  • 개인이 채권에 접근하는 경로는 4가지이고, 세금 구조가 서로 다르다. 국내 직접 매수는 매매차익이 비과세지만 증권사 마진이 공시되지 않는다.

“채권은 안전자산”이라는 말이 가장 위험한 오해를 만든다. 채권에서 원금을 잃는 사람은 대부분 듀레이션을 모르고 장기채를 산 사람이다. 이 글은 그 구조를 숫자로 정리한다.

기준일: 아래 금리·수익률은 2026년 9월 10~11일 기준입니다. 채권 금리는 매일 바뀌므로 실제 판단 시에는 FRED, 미국 재무부, 한국은행 등 1차 자료에서 당일 수치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1. 지금 금리는 어디에 있나

항목 현재 메모
미국 연방기금 목표범위 3.50~3.75% 실효금리 3.63% (2026-09-10)
한국 기준금리 3.00% 2026년 7월 2.75% → 8월 3.00%, 연속 인상

흐름을 보면 방향이 갈린다. 미국은 2025년 9월 4.00~4.25%에서 시작해 10월, 12월 인하해 3.50~3.75%로 내린 뒤 2026년 내내 동결했다. 한국은 2.50%에서 8회 연속 동결하다가 2026년 7월과 8월에 연속 인상해 3.00%가 됐다. 2023년 1월 이후 첫 인상 사이클이다. 보도된 배경은 AI 수요 기반 반도체 수출 호황, 예상보다 강한 성장, 7월 소비자물가 2.8% 상승이었다.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 — 기준금리는 동결인데 장기금리가 올랐다

날짜 3M 1Y 2Y 5Y 10Y 30Y
2026-09-11 4.07 4.35 4.63 4.78 4.96 5.35
2026-09-09 3.95 4.17 4.43 4.61 4.83 5.28
2026-07-09 3.83 4.02 4.16 4.27 4.54 5.00
2개월 변화 +0.24 +0.33 +0.47 +0.51 +0.42 +0.35

단위: %. 출처: 미국 재무부 일별 수익률 곡선.

이 표가 채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보여준다. 기준금리는 2026년 내내 동결이었는데 장기금리는 올랐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건 초단기 금리이고, 장기금리는 시장이 정한다. 인플레이션 기대, 재정 적자, 국채 수급이 반영된다.

그래서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장기채를 사면 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장기금리는 오를 수 있고, 장기채 가격은 장기금리에 반응한다.

회사채는 어디쯤인가

구분 실효수익률 10년 국채 대비
미국 10년 국채 4.96%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5.68% 약 +0.7%p
미국 하이일드(투기등급) 7.42% 약 +2.5%p

2026년 9월 10일 기준, ICE BofA 지수. 만기 구성이 달라 단순 차이이며 정확한 신용스프레드는 아닙니다. 한국 국고채는 같은 날 기준 1년 3.56%, 3년 4.01%, 5년 4.27%, 10년 4.54%, 30년 4.71%였습니다.

2. 듀레이션 — 채권에서 가장 중요한 한 숫자

듀레이션은 금리가 1%p 변할 때 채권 가격이 몇 % 변하는지를 나타낸다. 1차 근사식은 이렇다.

가격 변동률 ≈ − 듀레이션 × 금리 변동
듀레이션 5년인 채권의 금리가 1%p 오르면 가격은 약 5% 하락한다.

자산 유효 듀레이션 금리 +1%p 금리 −1%p 금리 +2%p
SGOV (0~3개월 국채) 약 0.1년 −0.10% +0.10% −0.20%
2년 국채 약 1.9년 −1.90% +1.90% −3.80%
AGG (미국 투자등급 전체) 5.80년 −5.80% +5.80% −11.6%
10년 국채 약 8.0년 −8.00% +8.00% −16.0%
TLT (20년 이상 국채) 15.31년 −15.3% +15.3% −30.6%

AGG와 TLT의 듀레이션은 BlackRock 공식 팩트시트(2026-06-30) 기준. AGG는 13,224개, TLT는 46개 종목을 보유합니다. TLT의 가중평균만기는 26.03년입니다.

SGOV−0.1%
2년 국채−1.9%
AGG−5.8%
10년 국채−8.0%
TLT−15.3%

금리 1%p 상승 시 가격 하락폭. 막대 길이는 TLT를 100%로 본 상대 비율.

SGOV와 TLT는 둘 다 미국 국채를 담는다. 발행자가 같고 신용위험도 같다. 그런데 금리 1%p 변동 시 가격 반응이 약 150배 차이 난다. “국채는 안전하다”는 말이 무의미해지는 지점이다. 안전한 건 발행자의 신용이고, 위험한 건 가격 변동이다.

볼록성 — 하락보다 상승이 크다

1차 근사는 큰 금리 변동에서 오차가 생긴다. 정확히 계산하면 이렇다.

조건 가격 변동률
표면금리 5.35%, 만기 30년, 현재 수익률 5.35% 100.00 기준
수익률 4.35%로 1%p 하락 116.67 +16.7%
수익률 6.35%로 1%p 상승 86.67 −13.3%

같은 1%p인데 상승폭(+16.7%)이 하락폭(−13.3%)보다 크다. 이 비대칭을 볼록성(convexity)이라고 한다. 채권의 구조적 특징이고, 장기채에서 더 뚜렷하다. 듀레이션 근사식만 쓰면 이 효과가 빠진다.

3. 개인이 채권에 접근하는 4가지 경로

경로 비용 세금 구조적 특징
해외 상장 채권 ETF
(AGG·TLT·SGOV)
총보수 0.03~0.15%
+ 환전 + 호가 스프레드
분배금: 미국 원천징수 15% → 배당소득
매매차익: 22%, 250만원 공제, 분류과세
만기 없음(롤링) → 원금 회수 시점 확정 불가
소액 분산 가능
국내 상장 채권 ETF 총보수 + 국내 거래비용 매매차익·분배금 모두 15.4%
금융소득종합과세 합산
원화 거래, 환헤지형 선택 가능
국내 증권사 장외채권
(직접 매수)
매수 단가에 증권사 마진 내재
비용이 공시되지 않음
이자소득 15.4% (종합과세 합산)
매매차익은 비과세
만기·현금흐름이 확정된다
미국 국채 직접 매수 환전 + 증권사 스프레드
최소 매수단위 존재
이자 15.4%
매매차익 비과세
종목 선택·최소단위 제약

여기서 나오는 구조적 포인트 두 가지

첫째, 국내 직접 채권 매수는 매매차익이 비과세다. 그래서 표면금리가 낮고 할인폭이 큰 채권(저쿠폰 채권)은 과세 대상인 이자소득이 작고, 비과세인 자본차익이 크다. 반면 채권 ETF는 자본차익까지 과세된다. 이건 세제 구조상의 사실이다.

둘째, 그 대신 장외채권의 증권사 마진은 공시되지 않는다. 매수 단가에 이미 포함돼 있어 얼마를 내는지 알 수 없다. 세제상 이점을 마진이 상쇄할 수도 있다. 이 마진 수준(bp)은 공개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셋째, ETF는 만기가 없다. AGG나 TLT는 편입 채권이 만기에 도달하면 새 채권으로 교체한다(롤링). 따라서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원금을 받는다”는 개별 채권의 특성이 ETF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금리가 오른 상태에서 팔면 손실이 확정된다. 이 차이를 모르고 TLT를 “만기 보유” 관점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4. 환헤지형(H)과 언헤지형

국내 상장 해외채권 ETF에는 종목명 끝에 (H)가 붙은 환헤지형이 있다. 차이는 이렇다.

환헤지형 (H) 언헤지형
수익 구성 기초지수 수익률만 기초지수 수익률 + 환율 변동분
비용 양국 금리차(스왑포인트) + 롤오버 비용 없음
환율 하락(원화 강세) 시 방어됨 손실
환율 상승(원화 약세) 시 이익 포기 이익
위기 국면 완충 없음 원화 약세 ↔ 달러자산 강세로 완충

비용의 원천은 양국 금리차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환헤지는 이자가 높은 달러를 포기하고 이자가 낮은 원화를 택하는 것이므로 그 금리차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2026년 9월 현재 미국 3.50~3.75%, 한국 3.00%로 미국이 약 0.5~0.75%p 높다. 구조상 원화 투자자의 달러자산 환헤지는 여전히 비용이 드는 방향이다. 다만 격차가 2023~2024년(2%p 이상)보다 크게 줄었다. 이 방향성 해석은 금리차에 근거한 추정이며, 실제 헤지비용은 스왑시장 수급에 따라 금리차와 다를 수 있다. 실측 스왑포인트는 확인하지 못했다.

정리 — 채권을 볼 때 확인할 순서

  1. 듀레이션이 몇 년인가. 이 숫자 하나로 금리 변동 시 손실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운용사 팩트시트에 “유효 듀레이션”으로 나온다.
  2. 내가 견딜 수 있는 하락폭은 얼마인가. TLT는 금리 2%p 상승 시 약 30% 하락할 수 있다. 이 수치를 먼저 보고 판단해야 한다.
  3. ETF인가 개별 채권인가. ETF는 만기가 없어 원금 회수 시점을 확정할 수 없다.
  4. 세금 구조가 어떻게 걸리는가. 국내 상장은 종합과세에 합산되고, 해외 상장 매매차익은 분류과세다.
  5. 환헤지가 필요한가, 그 비용을 감수할 만한가.
면책 고지: 이 글은 채권의 구조와 판단 기준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채권과 채권 ETF는 원금 손실이 가능합니다. 금리 상승 시 가격이 하락하며, 듀레이션이 길수록 하락폭이 큽니다. 모든 금리·수익률은 2026년 9월 10~11일 기준이며 이후 변동되었을 수 있습니다. 본문의 가격 계산은 근사 또는 예시이며 실제 거래 가격과 다릅니다. 세제 관련 사항은 세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출처

  1. FRED (세인트루이스 연준) — 연방기금 실효금리: fred.stlouisfed.org/series/DFF
  2. 미국 연준 — 2026년 6월 FOMC 성명: federalreserve.gov/newsevents/pressreleases/monetary20260617a.htm
  3. 미국 재무부 — 일별 국채 수익률 곡선: home.treasury.gov/resource-center/data-chart-center/interest-rates
  4. FRED — ICE BofA 미국 회사채·하이일드 실효수익률
  5. BlackRock 공식 팩트시트 — AGG, TLT (2026-06-30)
  6. 한국경제 데이터센터 — 국고채 수익률 (2026-09-11)
  7. KB think — 환헤지 ETF 설명: kbthink.com/etf/hedged-etf.html
  8. Trading Economics — 한국 기준금리 / 글로벌이코노믹 (2026.8) — 한국은행 인상 보도

한국 회사채 AA- 3년 금리, 실측 원/달러 스왑포인트, 국내 증권사 장외채권 마진 수준은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서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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